"남들 다 해주는데 우리 애만 기죽일 수 없잖아요." 이 마음 하나로 퇴직금을 털어 자녀의 결혼 집값을 보태주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묻고 싶습니다. 자녀에게 1억 원을 지원해주고, 나중에 생활비가 없어 자녀에게 손을 벌리는 부모가 되시겠습니까? 아니면 지원은 못 해줘도 평생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는 부모가 되시겠습니까? 사랑하기 때문에 더 냉정해져야 할 '돈의 우선순위', 후회 없는 결정을 위한 3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대한민국 부모님들의 자식 사랑은 세계 최고 수준이죠. 내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이 더 좋고, 나는 낡은 옷을 입어도 자식만큼은 번듯하게 키우고 싶은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5060 세대는 부모를 부양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인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의 비극을 겪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녀의 대학 등록금, 유학비, 그리고 결혼 자금까지 대주느라 정작 본인의 노후 준비는 뒷전으로 미루곤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로서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 "부모의 노후 파산은 자녀에게 가장 큰 재앙입니다." 지금 당장 섭섭해하더라도, 부모가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이야말로 자녀를 위한 진정한 사랑입니다. 오늘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자금 지원의 마지노선'을 정하는 법을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
1. '퍼주기식 사랑'이 불러올 10년 뒤의 비극
비행기를 타면 안전 교육 영상에서 이런 멘트가 나옵니다. "비상시 산소마스크가 내려오면, 보호자가 먼저 착용하고 어린이를 도와주세요." 이 원칙은 재무 설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부모가 먼저 숨을 쉴 수 있어야(노후 준비가 되어 있어야) 자녀를 도울 수 있습니다. 만약 부모가 자녀를 먼저 챙기다가 질식해 버리면(노후 파산), 결국 자녀와 부모 모두 공멸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노인 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입니다. 그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과도한 자녀 교육비와 결혼 자금 지원입니다. 자녀가 결혼할 때 전세금이라도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에 노후 자금으로 모아둔 연금 저축을 해지하거나,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10년 뒤를 상상해 보세요. 자녀는 가정을 꾸리고 자기 자식 키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때 빈털터리가 된 부모님이 "생활비 좀 달라"고 손을 내민다면 어떨까요? 자녀는 부모를 원망하게 되고, 부모는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서운함을 느끼게 됩니다. 돈 때문에 가족 관계가 파탄 나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원'과 '희생'을 구분해야 합니다. 과도한 희생은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2. 1억 지원의 기회비용: 시간은 부모 편이 아니다
자녀에게 지원하는 1억 원과, 내 노후 자금 1억 원의 가치는 다릅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바로 '복리의 시간'과 '인적 자본'입니다.
20대, 30대인 자녀는 앞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30년 이상 남았습니다. 이를 '인적 자본'이라고 하죠. 그들은 지금 당장 돈이 없어도 스스로 벌어서 자산을 불릴 기회와 시간이 충분합니다. 1억 원이 없어서 전세 대신 월세로 시작하더라도, 젊음이라는 무기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반면, 50대, 60대인 부모님은 어떤가요? 은퇴가 코앞이라 더 이상 근로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수중에 있는 1억 원이 사라지면, 다시 그 돈을 모으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은퇴 자금 1억 원을 연 5%로 굴린다면, 10년 뒤 약 1억 6천만 원, 20년 뒤 약 2억 6천만 원이 됩니다. 즉, 지금 자녀에게 주는 1억 원은 여러분의 80세, 90세 때의 생명줄과 맞바꾸는 것입니다. 자녀에게는 '불편함'일 뿐인 돈이, 부모에게는 '생존'이 걸린 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3. 지원의 3원칙: 산소마스크는 나부터 쓴다
그렇다면 아예 한 푼도 주지 말아야 할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다만 명확한 우선순위와 원칙이 필요합니다. 저는 다음 3가지 단계를 제안합니다.
1단계: 부부 노후 최저 생활비 확보 (우선순위 0순위)
먼저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필요한 '최소 생활비'가 확보되었는지 계산해 보세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합쳐 월 250~300만 원 정도의 현금 흐름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자녀 지원은 꿈도 꾸지 마세요. 이때는 10원 한 장도 노후 자금으로 묶어둬야 합니다.
2단계: 잉여 자금 내에서만 지원 (마지노선)
노후 자금을 떼어놓고도 남는 돈이 있다면, 딱 그만큼만 지원하세요. 예를 들어 여유 자금이 5천만 원이라면, 자녀가 1억 원을 원해도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건 5천만 원까지다"라고 선을 그어야 합니다. 무리해서 대출을 받거나 살던 집 평수를 줄여서 지원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3단계: 증여 대신 '차용' (자립심 키우기)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빌려주는 것'으로 하세요. 사회 초년생인 자녀가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렵다면, 부모가 은행 역할을 대신하되 반드시 차용증을 쓰고 이자를 받으세요. 이는 세무적인 문제(증여세)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경제적 책임감을 심어주는 최고의 교육이 됩니다.
4. '부모 은행' 활용법과 자녀와의 대화법
많은 부모님이 돈 이야기를 자녀와 하는 것을 꺼립니다. "알아서 해줄게"라며 속으로 끙끙 앓다가 막판에 터트리죠. 하지만 자녀가 성인이 되었다면, 부모의 경제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합니다.
"우리 노후 준비 상황이 이러하니, 너의 결혼 자금으로는 최대 얼마까지만 지원해 줄 수 있다. 나머지는 네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라고 미리, 그리고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처음에는 자녀가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리 가이드라인을 주면 자녀도 그에 맞춰 현실적인 결혼식과 신혼집을 계획하게 됩니다. 막연한 기대를 하다가 나중에 실망하는 것보다 백번 낫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부모 은행'을 적극 활용하세요. 자녀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법정 이자율(연 4.6%) 정도를 적용하여 매달 이자를 받으세요. 그리고 그 이자를 부모님이 쓰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훗날 손주가 태어나거나 자녀에게 정말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선물로 돌려준다면? 자녀는 부모님의 깊은 뜻에 감동하고, 경제 관념도 바로잡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고의 유산은 돈다발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는 '경제적 자립심'을 물려주는 것입니다.
❓ 자녀 지원 고민 Q&A (20문 20답)
- ✔ 선(先) 노후, 후(後) 지원: 부모의 노후가 안전해야 자녀도 미래에 짐을 덜 수 있습니다.
- ✔ 기회비용 인식: 부모의 1억 원은 '생존 자금', 자녀의 1억 원은 '시간으로 벌 수 있는 돈'입니다.
- ✔ 부채 금지: 빚을 내거나 퇴직연금을 깨서 지원하는 것은 가족 모두를 망치는 길입니다.
- ✔ 투명한 공유: 재정 상태를 자녀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지원 가능한 한도를 미리 정하세요.
- ✔ 부모 은행: 그냥 주지 말고 빌려주세요. 경제적 자립심이 최고의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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